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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와 유머

납품 영업직 취업 후기(Feat.워크넷)

by 땡돌이2 2023.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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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프로 이직러다. 한 직장에 진득하게 들러붙어 있지를 못 한다. 그동안 거쳐간 직장만 따져도 수두룩하다. 판매, 영업, 생산, 배달, 교육, 미디어, 정비, 서비스 등등 정말 많은 직업을 거쳐갔다. 얼마전에 하던 일을 그만두고 납품 영업직으로 새롭게 취업해서 근무하게 되었다. 납품 영업직이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한 분들을 위해 포스팅을 하고자 한다. 아마 이 글을 검색해서 보는 사람이라면 내일 첫 출근을 하거나 납품기사가 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 궁금해서일 것 같다.

 


납품 영업기사가 하는 일

 

나는 현재 공장 소속 납품 기사다. 공장에서 생산한 물건이 지그나 파렛트 위에 담긴다. 그러면 지게차 기사가 지그or파렛트를 떠서 1톤 트럭 적재함에 싣는다. 1톤 트럭 뿐만 아니라 1톤 탑차에 싣는 경우도 있다. 우리 공장에는 트럭이 2대다. 지게차 기사가 트럭에 물건을 다 실으면, 납품 기사인 내가 오늘 순회할 공장 리스트를 수첩에 메모한다. 그리고 회사 여직원한테 거래명세서를 받는다. 이걸 납품처에 내리고 거래처 담당자의 사인을 받아서 다시 여직원에게 돌려주면 된다.

 

 

공장 안에서 하는 일은 이게 전부다.  이제 공장 정문을 나가서 거래처를 돌아야 한다. 처음 운전할 때는 네비게이션을 켜고 갔지만, 매일 똑같은 코스를 순회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길을 외우게 된다. 거래처가 새로 생기거나 사라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똑같은 운전 코스의 반복이다. 나는 운전할 때 왼쪽 귀에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일한다. 이렇게 하면 전화를 받을 때 편하다. 납품 영업기사가 단순히 운전만 하는 줄 알았는데, 전화 받을 일이 굉장히 많다는 걸 취업 전엔 몰랐다.

 

다양한 경우 때문에 운전중에 전화를 항상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예를들어 물건을 싣고 가다가 제품이 다른게 실렸다고 다시 공장에 돌아오라고 전화오는 경우. 거래처에서 빨리 납품하러 오라고 전화오는 경우. 돌아오는 길에 공장 부자재를 종합상사에 들러서 구입해 달라고 전화오는 경우. 정상적으로 납품했는데 물건이 한 두개 없다고 거래처에서 전화오는 경우 등등 전화 받을 일이 굉장히 많다.

 

운전 중에 다른 쪽 귀로는 보통 라디오를 들으면서 간다. 두시탈출 컬투쇼 들으면서 갈 때 제일 재밌다. 납품 영업기사 일자리가 좋은 점은 이거다. 운전할 때 빨간불 신호에 걸려도 근무중이라는 것. 그리고 정차해서 편의점에 아무때가 갈 수 있다는 것. 회사 식당에서 급식하는 게 아니라 매번 외식을 할 수 있다는 것(물론 법인카드로!). 거래처나 상사에게 전화오는 것 빼고는 비교적 자유롭다는 것. 특히 마지막에 말한 '자유함'이 좋다. 회사를 벗어나서 일을 하는 자유함이 납품 영업기사로 일할 때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이건 예전에 배달 라이더로 일할 때도 느꼈던 감정이다. 거래처에 납품 업무만 시간 안에 딱딱 쳐내면 된다. 물론 공장에 복귀하는 시간까지 계산을 잘 하면 쉬엄쉬엄 일할 수 있다.

 

거래처에 도착하면 거래처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야 한다. 내가 납품하는 거래처 담당자들의 직급을 보면 보통 주임, 대리급이고 과장급은 한 둘 있다. 담당자에게 전화로 도착했다고 알린 후에 1톤 트럭(탑차)의 적재함을 연다. 비가 오는 날에는 방수천막을 쳤을 테니 방수천막을 걷고 지게차 기사가 하차해줄 때까지 대기해야 한다. 방수천막을 갓바라고 하던데, 가만보면 직업마다 독특한 현장 용어가 많다. 지게차 기사가 물건을 빨리 하차해주면 땡큐고 다음 납품처까지 순조롭게 갈 수 있다. 근데 지게차 기사가 빨리 하차해주지 않고 바쁘면 나도 동선이 꼬인다. 이건 마치 배달 라이더 시절에 주방 조리대기에 걸려서 무한 기다림 스턴을 맞을 때와 같다. 한 곳은 매번 천천히 내려주길래 비타500을 뇌물로 바쳤다.

 

 

'아이고~~ 매일 지게차 하차하느라 바쁘시죠? 더운 날 고생 많으십니다.' 이렇게 매장 알바할 때의 톤으로 말하면서 말이다. 내가 업무상 뭔가 원하는 게 있을 때, 일단 뭘 줘야 나도 요구할 때 당당할 수 있다는 걸 여러 직장을 경험하면서 터득한 기술이다.  속마음은 '에휴... 미운놈 떡하나 더준다.' 심정이지만, 그냥 칭찬해주고 인정해주고 뇌물바치면 만사 오케이다.

 

하차를 하고 나서 빈 지그, 빈 파렛트를 지게차 기사가 상차해준다. 그리고 담당자에게 거래명세서에 사인을 받으면 된다. 거래명세서는 공급받는 자, 공급하는 자 2가지 종류가 있다. 내가 이 거래처에 납품을 하는 상황이니까 공급하는 자는 내꺼, 공급받는 자는 거래처 꺼. 이걸 헷갈려서 반대로 주면 안 된다. 이건 딱히 헷갈릴 게 없다. 오히려 코인 송금할 때 업비트에서 바이낸스로 보낼 때, 업비트가 Withdraw 바이낸스가 Deposit 이건 좀 헷갈리더라. 여기서 바이낸스에서 비트겟으로 또 송금할 때 바이낸스가 Withdraw 비트겟이 Deposit 이게 헷갈린다. 거래명세서 공급자, 공급받는자 구분하는 일은 훨씬 간단한 일이다. 

 

거래명세서 사인을 받으면 '공급받는 자'용 명세서는 납품 담당자에게 주고, '공급자'용 명세서는 내가 갖고 가면 된다.그리고 거래처 공장을 나가서 다음 거래처에 도착하면 위와 같이 똑같은 절차를 밟으면 된다. 납품할 때 실수나, 교통 사고만 조심하면 딱히 어려운 일이 없다. 그냥 운전하고 밖에서 밥먹고, 오는 전화 받고, 가다가 중간중간에 기름 넣고, 비오면 천천히 가고, 납품 담당자하고 잘 지는게 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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