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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와 유머

썩은 사랑니 발치 없이 치료하기 (with 스케일링)

by 땡돌이2 2021.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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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나의 사랑니가 썩은지 2년이나 지났다. 얄팍한 내 기억으론 2018년쯤에 좌측 아래의 어금니 옆에 사랑니가 자라났다. 사랑니가 자랄 때 볼이 퉁퉁 부었는데, 치과가서 빼버릴까 싶더니만 운이 아주 좋게도 어금니처럼 예쁘게 자라났다. 공짜로 어금니가 또 생겨난 것이다. 몇 년전에 좌측 위쪽 어금니 옆에도 사랑니가 자랐는데 드디어 위-아래 짝을 이룬 것이다.

 

예쁘게 자라난 사랑니를 제2의 어금니로 사용했다. 웬만해선 음식을 씹을 때도 오른쪽 영역보다 왼쪽 영역을 더 많이, 더 자주 사용했다. 왼쪽에는 어금니가 위아래 2개씩이니까 그럴수밖에... 음식 씹기도 편해서 왕성한 저작활동을 이어나갔다ㅋㅋㅋ


이렇게 1년을 썼더니 신기하게도 사랑니가 순식간에 썩어버렸다. 어디서 듣기로는 사랑니란 원래 빨리 썩어버린다는것이다. 그래서 사랑니는 뽑아야하는 치아라나 뭐라나...

치아가 썩은게 2019년의 일이고, 그렇게 왼쪽 위-아래 사랑니가 썩은채로 2년의 세월이 흘렀다.

 

2년 후인 2021년 5월 25일 어제. 가족이 다 먹고난 식어버린 목살을 몇 점 주워 먹었는데, 그게 좀 딱딱했나보다. 평소처럼 왼쪽 사랑니로 씹었는데 따끔거리며 쑤셨다. '어? 이렇게 쑤신적은 없었는데...' 씹을 때 약간의 위화감이 들기도 했다. 씹는데 치아가 움푹 들어가버린 느낌이 들었으니까.

 

그리고 그걸 시작으로 새벽내내 치통으로 이가 몹시 쑤셨다. 이가 아프면 예민해지는것은 진실이다. 자려고 누웠는데 이가 계속 쑤시니까 잠도 잘 오지 않았다. 짜증이 확 나서 '내일 이놈의 사랑니를 아주 뿌리채 뽑아버려야겠다'도저히 안되겠다 싶었다.

 

어찌저찌 잠은 자긴 했다. 치통이 아무리 거슬려도 그 와중에 잠은 오더라 ㅋㅋㅋ

자고 일어난 오늘 아침에 양치를 하고 찍은 사진이다.

 

(혐 주의)

왼쪽 아래 썩은 사랑니 사진

왼쪽 제일 마지막 치아가 바로 나의 썩은 사랑니다. 선명하게 강조된 부분이 바로 현재 썩어버린 사랑니의 상태다. 검은 줄로 죽죽 그어져 있는걸 보니 제대로 썩었다. 겉 표면만 썩은줄로 알았더니 어제 치아신경도 쑤신걸로 봐서는 치아 밑 신경쪽으로도 썩기 시작한 모양이다.

 

하아 너무 아팠다...

평소 치과가는게 너무 싫지만 치통이 더 괴로웠다.

(치과 가기싫은 마음 <<<<<<<넘사벽<<<<<<< 치통의 아픔)

 

아침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먹고 싶어서 혀로 좌우 벽을 만들고 한쪽 공간만 활용하여 마셨다.

차가운 아메리카노가 썩은 사랑니에 우연히 살짝 닿았는데 너무 시리고 쑤셨다.

 

점심시간에 자전거타고 치과에 갔다.

자전거를 타고 치과에 가는길에 문득 고민이 생겼다.

'그래도 아직 쓸만한데, 이걸 뽑아야 하나 신경치료를 해서 재사용 해야하나...?'

속 시원히 뽑아버리면 좋겠다는 어제의 마음과 사랑니를 예전처럼 계속 썼으면 하는 마음이 충돌했다.

 

치과를 어디로 갈까 고르다가 평소에 네이버 리뷰 평이 높은 동네 치과를 찾아갔다.

나로서는 이 치과가 처음 방문이었다.

 

체온을 측정하고 코로나 출입자 수기 명부 작성을 하고나니 간호사가 물었다.

 

'어디가 불편하세요?'

'사랑니가 썩은거 같아서요'

'저희 치과에 처음 오셨나요?'

 

처음 왔다고 말했더니 회원 카드를 작성해달라며 종이 한장을 내밀었다.

 

'잠시 앉아계시면 됩니다'

 

치과는 영 어색하고 거북한 장소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간호사가 내 이름을 불렀다.

'OOO님 촬영실로 가실께요'

 

촬영실로 들어가서 치아를 촬영했다.

앞니로 플라스틱을 물고 무슨 흉부 CT사진 찍는 것처럼 서서 찍었다.

 

진료실로 들어가 의자에 앉아서 입을 행궜다.

무한 리필되는 물과 종이컵이 딱 준비되어 있었다. 

치과 원장은 내 옆에 나란히 누운 환자들을 회진하며 치료했는데, 곧이어 내 차례가 왔다.

간호사가 말했다.

'38번 치아로 오셨습니다'

치아 위치마다 용어가 따로 있나보다. 

의사가 내 치아를 이리저리 살피더니 간호사에게 말했다.

'38번, 27번'

그리고 누워있는 나에게 말했다.

'사랑니가 예쁘게 났네요 신경치료만 하면 되겠어요'

 

사랑니 발치를 생각했는데 신경치료만 해도 된다니 다행이었다.

좋은 치과는 되도록이면 이를 안 뽑는다고 하더니만... 잘 찾아온 느낌이 들었다.

 

간호사가 종이컵을 나에게 주며 말했다.

'가글 마취제에요. 입에 1분정도 머금고 있다가 뱉으세요'

잇몸에 찔러넣는 마취 주사를 맞을 걱정에 쫄아있었는데 너무 다행스러웠다 ㅋㅋㅋㅋ

진짜 1분정도 입에 머금고 있으니까 혀와 잇몸이 내것이 아닌 느낌이 들었다 

혀는 현데... 굳어버린 생고무가 된 느낌 ㅋㅋㅋ

 

순간, 드릴 돌아가는 소리가 '쌔앵' 들렸다. 

그리고 내 치아가 갈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드릴로 치아가 갈리는 소리를 들으면 뒷목에 소름이 싹 돋는다ㅋㅋㅋ

 

썩은 부위는 드릴로 갈아내고 그 자리에 에어로 픽픽 쏘는데 너무 시리고 아팠다.

'치석이 많으시네요 최근에 스케일링은 언제 하셨나요?'

'태어나서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스케일링은 1년에 1회 보험처리가 되거든요. 스케일링도 같이 하시겠어요?'

그래서 왼쪽 위 아래 사랑니 2개 치료와 스케일링을 했다.

 

속으로 치과 진료비가 많이 나올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마 한 10만원 정도 나오지 않았을까...? 일단 8만원만 먼저 내고 집에가서 카드를 들고 와야겠다'

 

그런데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려는데 간호사가 34,000원이라고 말한다.

'혹시나 오늘 치료한 부분이 많이 아프시면 다시 오세요'

그리곤 끝났다. 

 

썩은 사랑니 치료 후 사진

사랑니 치료를 한 후 모습이다.

하얀 껌을 붙여놓은 것처럼 뭐가 씌여있다ㅋㅋㅋ

보험처리가 되는 싸구려 충전재를 씌워서 저렴하게 치료했다.

이게 떨어지면 레진이나 인레이, 크라운 등으로 본게임을 치르겠지만, 아직은 이대로 쓸만하다.

 

이젠 물마셔도 이가 쑤시지도 않고 스케일링으로 치석도 말끔히 제거되었다.

후후...

치과 뽑기 운이 만족스러운 치과치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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